세상살이도, 갈 길도 막막했던 허허벌판 사막에 내동댕이 쳐졌던 때,
더구나 변변한 연장도 하나 없이 옥(玉)일을 시작하면서 까마득했던 때가
어제 같은데, 어느덧 40여년이 흘렀습니다. 이제 겨우 옥이 무엇인지,
우리의 것이 어떤 것인지, 가야 할 길이 어디인지 가름이 섭니다.

옥 공예품은 지니고 있는 영성(靈性)을 제대로 살려내야 하는 안목과
기예(技藝)를 겸해야 제 맛과 멋을 낼 수 있기 때문에 겸손하고 끝없는
자기 수련을 쌓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, 또 거기에 우리의 전통을 바르게
찾고 이어가야 한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습니다. 알수록, 할수록, 어렵고
조심스러워집니다.

현실적으로 좋은 재료를 얻는 일이나 자료를 찾는 일, 만만치 않은 재료
구입 비용으로 여러 번 좌절하는 등 많은 난관에 부딪히기도 했습니다.
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이런 것들로 문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각오,
우리의 전통 맥을 제대로 잇겠다는 고집과 함께 부끄럼 없는 장인(匠人)
의 길을 지킬 것을 약속 드립니다. 감사합니다.

2013년 5월
서울시 무형문화재 제 37호
옥장 엄익평